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짐을 챙기러 나온 집사가 총영사님에게 회의가 벌써 시작되었노라고 알렸다. 영사는 서둘러 회의장으로 향했다. 테오의 방은 달팽이 모양으로 된 계단의 끝 쪽에 있었고, 고모의 방은 그보다 약간 아래 쪽에 있었다. 계단을 올라가던 도중 테오는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거렸다. 집사가 얼 른 테오를 안아서 침대에 뉘었다. 마르트 고모는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. 포천개인회생추천 포천개인회생추천 포천개인회생추천 포천개인회생추천 "곧 따뜻한 음료를 가져오겠습니다. 비행기 멀미를 한 모양이죠?" 집사는 테오를 가리키며 고모에게 소곤거렸다. 아니면 혹시 서두르는 통에 약 먹는 걸 잊었는지도 몰라. 마르트 고모는 핸드백에서 약품 목록을 꺼내 차근차근 살폈다. "이놈의 성가신 약!" 고모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. "언제나 이 약들이 필요 없는 날이 오려나. 그럼 그렇지! 한 가지를 빼먹었군. 테오, 물 여 기 있으니 꿀꺽 삼켜라." 테오는 알약을 삼키고 나서 두 눈을 감았다. 몸이 많이 피곤한 것 같지는 않았으나 머리 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. 문득 피티가 된 파투에게 자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, 예 루살렘에는 괴물도 거인도 무서운 용도 없으며,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어떠한 시련도 유 대인과 그리스도교도들을 단결시키지 못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. 사사건건 반목하는 팔레스 타인계 그리스도교도와 팔레스타인계 이슬람교도를 결합시킨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해 보 였다. "이제 막 잠이 들었어요." 고모는 방에서 나와 문을 닫으며 말했다. "아무것도 가져다 줄 필요 없겠어요. 잠이나 푹 자게 놔두세요." 그러나 테오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. 나는 무얼 하러 하느님의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이런 나라에 온 것일까? 더구나 유대교도, 그리스도교도, 이슬람교도 들은 너나할것없이 모두 유일신을 섬긴다는 공통점을 가졌다. 그런데 왜? 내일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? 아니면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에 나? 그런데 내게 그런 시간이 있을까? 그렇다면 난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도... 안 돼, 그럴 순 없어. 절대로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어. 용기를 내야 해. 그러다 테오는 크 리스마스 선물이 들어 있는 가방을 아직 열어 보지 않았음이 생각났다. 조심스럽게 몸을 일 으킨 테오는, 각각 이름표를 따로 붙인 선물이 들어 있는 커다란 가방을 열었다. 아빠의 선물은 줌렌즈가 달려 있는 아주 가벼운 카메라였다. 아티는 최신형 휴대폰을 선 물했고, 이렌느의 선물은 전 세계의 시간을 알 수 있는 자명종 겸용 라디오였다. 그리고 엄 마는 여느 때처럼 실용적인 선물을 마련하셨다. 두터운 파카와 털부츠였다. 언제나 남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는 파투는, '코란'을 두루마리식으로 말아넣은 작은 가죽 케이스에 끈을 달